“카메라를 든 CGN도, 편지를 읽는 에젤도 모두 선교지의 돕는 배필”...에젤선교회 홍정희 대표를 만나다.
31년째 이어온 ‘기도와 말씀’의 동행
1995년, 선교지에서 온 한 묶음의 편지가 홍정희 대표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선교사들의 간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를 읽으며 시작된 중보기도가 어느덧 31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다양한 울림을 만드는 울창한 기도숲이 되었다.
에젤선교회는 1995년 선교사를 중보기도로 후원하기 위해 설립된 초교파 비영리 선교재단법인이다. 故하용조 목사가 선교사를 위한 중보기도를 통해 평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사역 했으면 좋겠다고 권면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약 31개국 400명의 선교사 가정을 재정과 기도 등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강의, 출판, 상담, 내적치유, 자녀교육 등 다양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에젤선교회의 중점 사역은 ‘기도’다. 매일 아침 6시 30분이 되면 서로의 시차가 어찌 되었든 어김없이 오픈카톡방에 선교지 소식이 담긴 편지의 알람이 온다. 자발적으로 모인 약 350명의 중보기도자들은 편지를 보고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가며 기도로 아침을 연다. 또 편지를 낭독하고 녹음해 SNS로 공유하며 기도의 불을 지핀다. 특히 매주 수요일이면 오프라인으로 함께 만나서 기도한다. 방배동에 위치한 에젤선교회 사무실에서 모이기도 하고, 권역별로 짜여진 소그룹끼리 만나 합심기도를 한다. 중보기도자들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할 때마다 이 사역의 귀함을 느낀다. 또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아도 알음알음 오픈카톡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선교사들을 위한 영적 지원이 절실하구나 생각한다.


선교사들을 돕는 배필, ‘에젤’
홍 대표에게 선교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선교사들의 ‘영적 배필’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에젤선교회의 시작이자 끝이다.
“성경 속에서 ‘에젤’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도우실 때, 특히 가장 치열한 전쟁터와 같은 상황에서 사용된 단어예요.
선교지는 영적 전쟁의 최전방이죠. 그곳에서 홀로 싸우는 선교사님들에게 우리는 가장 낮은 곳에서 그들을 섬기는 ‘머슴’이 되기로 했습니다.”
홍 대표는 사역을 하면서 선교훈련을 받고 나간 선교사들일지라도 성경을 전체적으로 공부하고 제대로 탐독하고 있는 선교사들은 정작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한 홍 대표는 성경의 맥을 짚어가는 논리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선교신학 박사를 전공하며 배웠던 것들을 Q&A 형식으로 정립해 선교사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성경 공부 교재 4권을 만들었다. 현재도 그 책을 통해 오프라인이나 줌으로 선교사들에게 말씀 사역을 하고 있고, 선교사들과 협력해 현지 목회자들에게 현지어로 번역해서 책을 공급하고 있다. 터키에서의 요청을 시작으로 현재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로 번역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지원이 끊기고 고립된 선교사들을 위해 시작한 무료 심리 상담 사역은 지금도 수많은 선교사 가정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사무실로 선교사 한분이 찾아왔다. 영적 허무와 본국 귀국 이후 부적응 문제로 에젤선교회와 동역하는 목사님에게 상담을 받기 위해서다. 에젤선교회는 단순한 기도와 지원이 아닌, 말씀과 표적 기도로 진정한 내적치유의 과정을 함께 돕고 있다.

한국 땅의 이방인, ‘MK’들을 향한 뜨거운 눈물
사역이 계속될수록 홍 대표의 시선은 부모를 따라갔던 선교사 자녀(MK)들에게 머물렀다. 30년 전 부모를 따라 낯선 땅으로 떠났던 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안심시켜주고 반겨주는 곳은 없었다.
“MK서울대 같은 명문대에 합격해도 당장 지낼 곳이 없고 먹고 살 생활비가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MK들이 현재도 70명이 넘습니다. 한국 사회는커녕 학교 적응조차 쉽지 않죠. 이 아이들은 우리 선교의 소중한 열매거든요. 우리가 그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밥 한 끼라도 따뜻하게 챙겨주는 창구가 되어야 해요.”
에젤선교회에서는 대학생이 된 선교사 자녀 70여 명에게 매월 1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적(籍)이 없고 정신적으로 적응하기 힘든 청년들을 돌본다. 홍 대표는 한국 교회가 이들을 ‘남의 집 자식’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미래’로 품어주길 간절히 소망했다. 이웃 사랑의 첫걸음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아픈 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매년 4차례, 국내·외의 선교지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이름을 적은 손편지와 함께 간식이나 필요한 학용품 등을 보내고 있다.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대학생이 된 MK들이 직접 선교지마다 설문조사를 해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배송하고 있다.

홍 대표는 선교지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이 한국어로 쓰인 선물 봉투를 볼 때마다 기뻐하고 웃음 지을 것을 생각하면, 적은 일손에도 이 사역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21년째 미디어 선교사가 되어준 홍정희 대표...“CGN은 지구 반대편을 잇는 통로”
홍 대표는 미디어선교의 최전선인 CGN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故하용조 목사가 꿈꿨던 미디어선교의 비전에 깊이 공감한 뒤 벌써 21년째 CGN을 후원하고 있다.
“온누리 인터넷 방송국 시절부터 CGN의 발걸음을 지켜봤어요.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반대했어요. 방송이라는게
돈이 많이 드는 분야잖아요. 게다가 전 세계 선교지를 대상으로 한다니, 당시에는 부정적인 시선이 훨씬 많았죠.
하지만 저희 가정뿐만 아니라 초반에 후원을 함께 했던 분들은 오직 ‘비전’을 따라 움직였어요. 당시 하용조 목사님이 그러셨어요.
‘지구는 둥급니다. 인터넷이 아니면 복음을 전할 수 없는 곳이 너무나 많죠.’"
"제가 에젤선교회를 하면서 전 세계 선교지를 많이 다니면서 실제 많이 목격했는데요.
아직까지도 선교지에 고립되어 있는 선교사들이 참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CGN은 유일한 스승이자 친구입니다.”
그녀가 수년 전 에티오피아에 방문했을 때 일이다. 그 척박한 땅에서 영적 침체에 빠져있던 한 선교사가 CGN 영상을 보다 갑자기 통곡을 하며 예배드렸다는 간증을 했다. 홍 대표는 그때의 전율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유지조차 불가능해보였고, 프로그램 하나에 드는 재정의 효율성을 따지면 막막하기만 했던 CGN이 어느새 사람 살리는 일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영적 요새가 된 것이다. “CGN의 역사를 보며 모태신앙인 나조차도 말씀이 이토록 살아 움직이는 줄 몰랐다”는 그녀의 고백에는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는 겸손한 경외심이 묻어났다.
CGN에게 바란다
선교 현장에서 미디어선교의 가치를 확신하고 있다는 홍정희 대표. 최근에는 <바울로부터>나 <RE바이블> 같은 프로그램, 그리고 <갓툰>같은 어린이 프로그램들이 초신자나 남녀노소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큰 은혜를 주고 있다며, 홍 대표는 퀄리티가 높아진 CGN 콘텐츠를 격려했다. 더불어 높은 관심만큼이나 콘텐츠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오직 헌금으로 운영되는 이 순수한 비전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요.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진 만큼 다양성도 추구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한국 성도들의 높은 신학적 수준에 맞춰 교수님들의 깊이 있는 강의나 신학적 콘텐츠들을 더 쉽고 정교하게 풀어준다면, 한국 교회와 전 세계 현지 목회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될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을 만드는 CGN 직원들이 바로 선교사!
“시청자들은 결과물만 보지만, 지난 21년간 저는 그 뒤에서 땀 흘리는 직원들을 지켜봤어요. 화면에 나오진 않지만 선교사님들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이 영상 곳곳에 배어있음을 느끼거든요. 그 진심이 있기에 그 멀리 땅끝의 시청자들이 영상 너머의 하나님을 만나는 것 같아요.
광고를 받지 않고 후원으로 운영하는데 21년간 계속 성장하고 있는 CGN을 보면 직원들과 후원자들이 이 사역을 정말 기도로 감당하고 있구나 감동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사기업에서 높은 연봉으로 얼마든지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CGN과 선교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역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로 '선교사'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화려한 포장보다, 무릎으로 통곡하는 소리가 그립습니다”
홍정희 대표는 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열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선교 현장에서 만난 현지 목회자들이 한국의 새벽기도와 ‘주여 삼창’의 비결을 알려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에서 그는 큰 도전을 받았다고 한다.
“화려한 포장지보다 중요한 것은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기도하는 소리입니다.
언젠가부터 한국 교회의 기도 소리가 너무 작아진 것 같아요. 기도의 불이 꺼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여전히 희망이 있어요.
기도로 영적 재부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콘텐츠나 여러 사역을 통해 CGN이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31년을 한결같이 선교사의 곁을 지켜온 홍정희 대표. 인터뷰 내내 홍정희 대표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신앙의 힘과 깊은 배려가 공존했다. 그는 자신을 머슴이라 낮추었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은 수많은 선교지 영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다시 일으켜 세워준 사랑의 여정이었다. 그녀의 모습 뒤로 보이는 세계 지도에는 그 따스한 기도의 향기가 머무는 듯 했다.

[홍정희 대표 약력]
고려대학교 수학교육학과 졸업 후 에모리(Emory) 대학교 수학학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을 다녔으며 풀러 신학교에서 선교신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에젤선교회 대표이자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신학대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누리교회 권사로 섬기고 있다. 저서로는 <레위기: 거룩>, <마태: 하나님 나라>, <빌립보서: 기쁨>, <고마운 친구 에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