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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매거진-1] '가족이 자라는 소리'
2026.06.04

아이들 자라는 소리가 가득한 집이 있습니다. 네 명의 아이들이 웃고, 울고, 배우고, 성장하며 하루를 빼곡히 채우기 때문이죠. 집안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작은 발자국들이 매일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이루네는 부모님과 조부모님까지 3대가 같이 사는 8인 가구입니다. 1인 가구가 한집 걸러 하나인 요즘 시대에 8인 가구라니! 흔치 않은 풍경이죠? 아빠 정우준 목사('소망을 노래하는 교회' 담임)와 엄마 최문희 사모는 교회 개척과 자녀 출산∙양육이라는, 인생 난이도의 최고점을 통과 중입니다. 물론 그 곁에는 장인 장모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이 있죠. 그런데 이 가족, 참 신기합니다. 분명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는데 가족들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머뭅니다. 대체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요?🤔

'아이라는 세계, 가족이라는 지도'

첫째 이레와 올해 학교에 입학한 쌍둥이 남매 이엘이와 이루, 그리고 넷째 이음이.

네 아이는 같은 집에서 자라지만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이레는 아빠와의 대화 속에서 생각을 나누며 때로는 어른처럼 조언을 건네고, 둘째 이엘이는 잠투정하는 쌍둥이 남동생 이루를 토닥여 '어서 학교에 가자~!' 다정하게 권하죠. 막내 이음이는 음식을 먹으며 '엄마랑 먹으니까 더 맛있지~!'하고 말하는 신통방통한 네 살배기입니다. 어린 나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 안에서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셋째 이루가 있습니다. 가족의 지도에서 이루는 조금 특별한 색으로 그려진 길입니다.

이루는 아직 아빠, 엄마를 부르지 못합니다. 돌이 지날 무렵, 부모는 이루가 또래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이루는 자신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이루의 장애로 인해 아내나 제가 깊은 절망감에 빠졌더라면 아이는 더 힘들었을 테지요.

우리가 줄 수 있는 건 여러 치료 프로그램보다 엄마와 아빠가 널 사랑한다는 것, 그 사실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정우준 목사(이루 아빠/'소망을 노래하는 교회' 담임)

그래서인지 이루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아이로 자라가고 있습니다.

여덟 살인 이루는 아직도 아빠인 저와 뽀뽀를 합니다. 돌아와서 가만히 볼을 대주기도 하고요.

이루는 사랑을 깊이 나눌 수 있고, 사랑에 진심으로 반응하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정우준 목사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길로 걸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은 그 길이 그려진 지도와 같죠. 이루네 지도에는 오늘도 새로운 길들이 하나씩 더해지고 있습니다.


'상실이 남긴 길'🌳

이서 (2024.02.24~2025.01.19)

가족의 지도에는 기쁨만 기록된 것은 아닙니다. 이루네 가족 역시 지도 위에 지워지지 않는 상실의 흔적이 있습니다.

​이 가정의 다섯째 아이, 이서는 지난해 하나님 품으로 떠났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동생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첫째 이레는 '감정은 느껴지는데 울 수가 없어서 속상했다'라고 담담히 고백했죠.

그 마음은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슴에 자녀를 묻는 일. 타인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슬픔입니다.

​최문희 사모(엄마) : 하나님을 머리로만 이해하던 자리에서,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서를 보낸 후, 온몸으로 깨달았죠.

가족은 시련의 골짜기를 통과하며 더 단단해졌습니다. 함께 울고, 기억하며, 서로를 붙들었습니다. 그렇게 사랑과 신뢰의 뿌리를 깊게 내린 이루네 가족은 오늘도 숲처럼 자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숲 안에는 비슷한 시기에 개척한 교회도 있습니다. 부부는 이서가 하나님 품으로 떠난 후에 사역 목적과 방향이 명료해졌다는데, '생명을 살리는 교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소망은 절망이 없이는 느낄 수 없잖아요. 하나님은 제게 슬퍼하는 자와 함께 슬퍼하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애통이란 무엇인가?'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가?' '자녀를 떠나보낸 마음이 어떠한 것인가?'를 겪으며 알았죠.

제가 겪은 상처와 아픔이 하나님 섭리라면, 이 아픔과 상처까지도 하나님께 드려지고, 쓰임 받고, 누군가를 살리길 소망합니다.

정우준 목사('소망을 노래하는 교회' 담임)


'함께 자라는 숲'

오늘도 이루네 집에는 자라는 소리들이 가득합니다.

​이른 새벽, 부모님은 이루를 안고 기도합니다. 아침이면 아이들은 여느 집처럼 우당탕탕 학교 갈 준비를 하고요.

장모님과 사위는 함께 장을 보러 갔다가 자연스럽게 정육점 사장님에게 복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교회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오고 가는 거리에서…, 그렇게 저마다의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냅니다.

하루의 끝, 가족은 다시 한 지붕 아래 모입니다.

서로의 하루를 나누고, 함께 웃고, 때로는 조용히 서로를 안아주죠.

그렇게 이루네 가족은 함께 자라는 숲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그 숲은 오늘도 고요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