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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감독 인터뷰] 조선을 사랑한 이름없는 日 선교사들 스크린으로 만난다
2025.06.23

영화 ‘무명’ 유진주 감독 인터뷰

유진주 감독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CGN 본사에서 다큐멘터리 ‘무명(無名)’ 포스터 앞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영화는 25일 개봉한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우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본을 미워합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일본을 미워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친구 노리마츠의 일본은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어둠이 깜깜한 이 나라에 참 빛을 증언하러 왔습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듣고 죄책감에 조선으로 건너온 일본인 최초의 선교사 노리마츠 마사야스(1863~1921)를 기억하는 조선인들의 헌사이자 고백이다. 그의 뜻을 이어 일제강점기 조선에 들어온 스무 살 일본인 오다 나라지(1908~1980·한국명 전영복) 선교사는 전국을 돌며 복음을 전하다 신사참배를 거부해 고문을 당했고 1939년 일본 정부에 의해 추방됐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광복 80주년 그리고 한국선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 조선 땅에 복음을 전하고 이름도 없이 사라진 두 일본인 선교사의 존재가 영화 ‘무명(無名)’을 통해서 새롭게 조명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CGN 본사에서 유진주(39) 감독을 만나 제작 과정과 바람을 들었다.

이름 없이 조선을 섬긴 두 일본인 선교사


2010년 CGN에 입사한 유 감독은 ‘MK의 고백’ ‘안녕히 계세요 하나님’ 등 다양한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이번 영화는 일본 선교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유 감독은 “양화진에 묻힌 유일한 일본인 소다 가이치(1867~1962) 선교사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와 보상의 마음으로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인 그리스도인 10명을 소개한 책 ‘사랑으로 잇다’(나카무라 사토시)를 통해 노리마츠와 오다 선교사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리마츠가 조선을 깊이 사랑했다면 오다는 억압받는 조선인 편에 선 투쟁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일본인을 사랑하기 어려웠던 시대, 노리마츠를 향한 조선인의 고백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고요.”

노리마츠는 사무라이 가문의 장남으로 안정된 미래를 뒤로하고 전도사가 됐다. 오다는 승려의 길을 걷다 기독교로 회심했고, 전도사가 된 후 조선에 왔다. 두 사람 모두 세상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유 감독은 “그들이 조선을 택한 건 가장 어두운 곳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려는 신앙적 결단 때문”이라며 “노리마츠와 오다 선교사는 복음이 절실한 조선에서 옷차림 언어 삶의 방식까지 조선인처럼 살았다. 때로 비판과 오해, 멸시를 받기도 했지만 흔들림 없이 복음의 길을 걸었다”고 강조했다.

무명의 두 선교사의 발자취를 좇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그는 “두 선교사의 자료를 찾는 건 마치 한양에서 김 서방 찾기 같았다”고 표현했다.

“노리마츠 선교사는 수원 최초의 교회(수원동신교회)를 세웠지만, 국내 기록이 거의 없어 일본 논문과 신학자를 통해 확인해야 했어요. 오다 선교사의 전도 열매를 찾기 위해서 자서전에 나온 ‘옥중 동지 박중학’이라는 이름 하나로만 수소문해야 했고요. 박중학이 오다의 설교로 독립운동에 나섰고, 2021년 독립유공자로 추서되고 교육자이자 목회자로 헌신한 삶을 살았단 사실을 알았을 때 가슴이 벅찼습니다.”

“한일 화해 다리 놓이길 소망”


배우 하정우의 내레이션이 더해진 무명은 90분 동안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웃은 누구이며 용서와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유 감독 역시 “‘일본은 싫다’는 감정을 넘어서 두 무명 선교사가 보여준 조선을 향한 진심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며 “그 지점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데 가장 큰 과제였다”고 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일본인 나가노 마사토 온누리교회 전도사(한국 이름 영성인)가 노리마츠와 오다 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선배의 신앙과 헌신을 돌아본다.

2017년 이재훈 온누리교회 목사의 “한일 양국은 하나님이 서로에게 주신 이웃”이라는 설교에 감동을 받아 목회를 결심한 나가노 전도사는 현재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한국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두 무명 선교사와 닮았다. 그는 과거 선교사의 믿음과 사랑을 오늘에 잇는 인물로 그려진다.

유 감독은 영화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오다 선교사는 남북을 오가며 전도했지만 ‘일본인이 만들었다’며 철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직접 수레를 만들고 나귀를 타며 복음을 전하러 다녔습니다. 특히 북한을 자주 찾았는데 나귀 한 마리로 그 넓은 지역을 어떻게 다녔는지는 신앙이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됩니다.”

배우 김륜호와 김중희는 뛰어난 일본어 실력과 충분한 자료 이해를 바탕으로 노리마츠와 오다 선교사를 연기했다. CGN 전 직원이 엑스트라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무명은 25일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다. CGN은 극장 상영 외에도 국내외 공영방송 방영을 추진하고 있다. 유 감독은 “영화를 통해 한일 간 화해의 다리가 놓이길 소망한다. 그것이 두 무명의 선교사가 꿈꾸던 세상의 모습이라 믿는다”며 “두 선교사가 왜 이런 삶을 선택했는지 그들이 믿은 하나님은 어떤 분이기에 그런 사랑을 실천했는지 관객들이 마음에 작은 질문 하나 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